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사진 갤러리 스페이스22에서 사진가 이동춘의 한옥 사진전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읽는, 한옥'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동춘 사진가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옥과 종택, 서원, 사찰, 제례 문화를 꾸준히 기록해 온 국내 대표 한옥 사진가입니다. 경북 안동과 예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 전통 건축과 생활문화의 가치를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안동에서 작업을 시작한 시기는 2005년 여름으로, 올해로 21년째 한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시 정보


- 전시명 :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읽는, 한옥
- 작가 : 이동춘 사진가
- 장소 : 스페이스22(서울 강남대로)
- 전시 기간 : 2026년 6월 29일까지
한옥에 매료된 이유


이동춘 사진가가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전통 한옥에서 태어나 성장했습니다. 당시 숭인동과 신설동 일대에는 한옥이 많았지만 1980년대 이후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어린 시절 살던 집은 마당을 중심으로 한 미음(ㅁ)자 구조의 한옥이었습니다. 벽장에 숨겨진 곶감과 꿀을 몰래 꺼내 먹던 기억, 여름철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소리 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은 훗날 한옥을 기록하는 사진가의 길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동에서 시작된 본격적인 기록


대학 졸업 후 잡지사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전국의 전통 한옥과 사찰, 고택을 취재하며 우리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안동에 내려간 이후에는 건축물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서 이어지는 전통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통 제례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처음에는 허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일부 종가에서는 여성의 출입이 제한되는 전통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3년 동안 꾸준히 설득한 끝에 2008년부터 제례 과정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건축 기록을 넘어 한옥 안에서 이어져 온 생활문화와 정신까지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세계유산 등재에 기여한 사진들


이동춘 사진가의 작품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9년 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병산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9개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그의 사진이 소개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통도사를 포함한 한국의 산사(山寺) 7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도 그의 사진이 활용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사진가가 바라본 한옥의 현재
오랜 세월 한옥을 관찰해 온 이동춘 사진가는 현재의 한옥을 보며 "집이 늙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노후화가 진행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입니다. 과거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올라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안전 문제로 인해 출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문짝이 틀어지고 건물이 기울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한옥에서는 목재를 갉아먹는 흰개미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아야 집도 살아난다
이동춘 사진가는 한옥 보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의 손길'을 꼽습니다. 집은 사람이 살면서 쓸고 닦고 관리해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떠난 집은 아무리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라 하더라도 점차 노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경상북도에만 280개가 넘는 서원이 존재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수백 년 된 건축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통해 문화유산 보존이 단순히 건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유지하고 관리할 사람과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시가 전하는 의미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한옥 사진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우리 전통 건축의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 그리고 앞으로 지켜야 할 문화유산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30년 넘게 한옥을 기록해 온 이동춘 사진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한옥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함께 살아온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전통문화의 깊이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사진전을 통해 한국 건축문화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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