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몬트라트(Montserrat)는 ‘톱니처럼 생긴 산’이라는 이름처럼 독특한 바위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습니다. 몬트라트 산 위에 자리한 몬트라트 수도원은 그 독특한 산세와 신비로운 분위기로 이미 유명하지만, 제가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계적인 소년합창단 ‘에스콜라니아 데 몬트세라트(Escolania de Montserrat)’의 공연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1. 수도원에 도착
바르셀로나에서 기차와 케이블카를 번갈아 타고 몬트라트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기차가 산을 감돌며 오를 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구름에 덮인 산봉우리는 다른 세계에 들어서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수도원까지 걷는 길은 산 아래 펼쳐진 계곡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도원 외관은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느낌이었고, 웅장한 바실리카(대성당)로 들어서자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정교한 조각, 그리고 높은 천장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수도원 내부에는 예술품과 유물, 그리고 30만 권이 넘는 서적이 보관된 도서관이 있어 종교와 예술, 역사가 어우러진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 몬트라트의 산세와 베네딕트 수도원의 종교적 의미
몬트라트 산은 약 5천만 년 전 바다와 강의 퇴적물이 오랜 세월 침식되어 형성된 독특한 석회암과 자갈 암석이 있습니다. 산 전체가 거대한 조각 작품처럼 산 곳곳에는 기묘한 바위 봉우리와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숲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히나 산트 헤로니(Sant Jeroni) 봉우리는 해발 1,236m 정상에 오르면 카탈루냐 전역과 지중해, 맑은 날엔 피레네 산맥까지 사방에 둘러 있는 시야가 다 들어 오지 않을 만큼 드넓은 광경 펼쳐 져 있습니다.
몬트라트 수도원은 1025년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세운 이후로는 카탈루냐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이자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수도원은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서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시절에도 카탈루냐 문화와 언어, 자유를 지키는 상징적 장소로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로 수도원은 여러 차례 침략과 파괴(나폴레옹 군대, 내전 등)를 겪을 때마다 신앙과 공동체의 힘으로 재건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3. 방문 정보
- 위치: 바르셀로나에서 약 30km, 기차와 케이블카(또는 푸니쿨라)를 이용해 이동 가능
- 운영시간: 수도원은 매일 7:00~20:00, 미술관은 10:00~17:45(여름 18:45), 성모상 관람은 8:00~10:30, 12:00~17:45(주말 18:25) 등
- 입장료: 수도원 바실리카는 스페인 거주자는 무료, 외국인은 18~20유로(성모상, 미술관, 오디오 가이드 포함 패키지). 미술관만 관람 시 7유로
- 소년합창단 공연: 월~금 13:00(예약 필수), 추가로 월~목 저녁 6:45 공연(방학·공휴일 제외)
- 기타: 산책로, 하이킹 코스, 전망대,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 다양한 시설 운영
4. 검은 성모 마리아상, 그 신비와 전설
몬트라트 수도원의 중심에는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 검은 성모 마리아상이 있습니다. 이 목조상은 12세기경 만들어졌으며, 전설에 따르면 880년경 목동들이 몬트라트 산의 동굴에서 밝은 빛과 천상의 노랫소리를 따라 들어가 발견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성모상은 수도원의 가장 신성한 상징이 되었고,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순례자와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성모상은 바실리카의 제단 뒤 ‘카브릴(cambril)’이라 불리는 특별한 방에 모셔져 있습니다. 성모상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 바실리카 오른쪽 통로로 들어 가야 합니다. 긴 줄을 따라 천천히 계단을 오르다 보면, 벽면은 여성 성인들의 모자이크가 이어지고 드디어 성모상 앞에 서게 되면 성모상은 유리벽 뒤에 있지만 오른손의 황금 구슬만은 유리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습니다. 저도 황금 구슬에 손을 얹고 잠시 기도를 올렸습니다. 오랜 전통에 따라, 많은 순례자와 방문객들은 성모 마리아상의 오른손 구슬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신앙과 전통입니다.

5.몬세라트 미술관의 주요 문화 예술 작품
수도원 단지 내에는 몬세라트 미술관(Museu de Montserrat)이 있습니다. 이곳은 피카소, 달리, 카라바조, 엘 그레코 등 거장들의 작품과 고대 이집트 유물, 다양한 종교 미술품이 전시되어 종교적 의미와 예술적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1. 고대 유물 및 고고학 컬렉션
- 이집트 13세기 BC의 사르코파구스(미라 관)를 비롯해, 메소포타미아, 고대 그리스, 페르시아, 성지, 키프로스 등 다양한 문명에서 온 고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수도원의 종교적 뿌리와 인류 문명의 연결고리를 보여줍니다.
2. 성모 마리아상과 아이콘
- 몬트라트의 상징인 ‘검은 성모 마리아상(La Moreneta)’의 다양한 예술적 재현을 모은 특별 전시가 있습니다. 여러 시대, 다양한 예술가가 그려낸 성모상은 카탈루냐 신앙과 예술의 결합을 상징합니다.
3. 비잔틴 및 슬라브 아이콘 컬렉션(Phos Hilaron)
- 160여 점의 비잔틴·슬라브 정교회 아이콘이 ‘Phos Hilaron(기쁜 빛)’이라는 테마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동방교회 예술의 빛과 상징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4. 고전 회화 컬렉션
- 13~18세기 유럽 회화가 다수 소장되어 있습니다. 엘 그레코, 카라바조, 티에폴로, 루카 조르다노 등 거장들의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이 작품들은 종교적 주제와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5. 19~20세기 근현대 회화
- 피카소, 달리, 모네, 드가, 르누아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포르투니, 루시뇰, 카사스, 미르 등 카탈루냐 출신 화가들의 작품도 다수 전시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인상주의와 스페인·카탈루냐 미술의 흐름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6. 금속공예 및 종교 유물
- 15~20세기 리터지컬(성례전) 용품과 금속공예품도 중요한 전시품입니다. 수도원의 종교의식과 예술적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7. 조각 및 드로잉
- 다양한 시대의 조각과 드로잉 작품도 소장되어 있으며, 성인과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6.대표적 작품 예시
작품명(작가)시대.특징
이집트 사르코파구스 | 기원전 13세기, 고대 유물 |
Saint Augustin and Saint Sebastian (B. Bonfigli) | 15세기, 종교 회화 |
El venedor de tapissos (M. Fortuny) | 19세기, 카탈루냐 회화 |
Porte d'Aval (C. Monet) |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
Madeleine, Abans del bany (R. Casas) | 19~20세기, 카탈루냐 회화 |
El pati blau (S. Rusiñol) | 19~20세기, 카탈루냐 회화 |
La nena (J. Rebull) | 20세기, 조각 |
다양한 성모 마리아상 아이콘 | 중세~현대, 종교 예술 |
7. 고대 이집트와 관련된 유물전시
- 이집트 사르코파구스(미라 관)
몬세라트 미술관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로, 기원전 13세기에 제작된 이집트의 남성용 사르코파구스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유물은 '고대 성서 동방의 고고학(Archaeology of the Biblical East)' 컬렉션의 대표작으로, 몬세라트 미술관의 상징적인 고대 이집트 유물입니다. - 이집트 신상 및 제의 관련 유물
미술관의 고고학 컬렉션에는 청동, 목재, 도자기로 만든 다양한 이집트 신들의 상과 제의용 용기, 신성한 상징이 새겨진 소형 조각상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유물들은 고대 이집트의 종교적·제의적 생활과 신앙의 풍부함을 보여줍니다. - 이집트 미라, 상형문자(히에로글리프) 관련 유물
‘Mummies speaking’ 등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듯, 미라와 미라를 둘러싼 부장품, 그리고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새겨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대 이집트인의 삶과 죽음, 신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 콥틱(Coptic) 직물 유물
몬세라트 미술관은 이집트 콥틱 시대(초기 기독교 시대)의 직물 컬렉션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직물들은 19~20세기 유럽의 주요 수집가들이 이집트에서 발굴한 것으로, 당시 의복과 직물 예술, 문화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이외에 몬트라트 수도원 미술관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사르코파구스, 신상, 제의용품, 미라 및 부장품, 콥틱 직물 등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종교, 예술, 일상문화를 폭넓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8. 에스콜라니아 소년합창단의 공연
몬트라트 수도원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소년합창단 중 하나인 에스콜라니아(Escolania de Montserrat)로도 유명합니다. 14세기부터 이어져온 이 합창단은 9~14세 소년 50여 명이 매일 수도원 미사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성가를 부릅니다. BBC가 선정한 세계 10대 합창단에 들 정도로 그 실력과 전통이 깊습니다.
저는 공연 30분 전에 입장해 자리를 잡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성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성당 안은 경건한 분위기와 기대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성당 곳곳을 둘러보며 성모 마리아상(블랙 마돈나) 앞에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합창단들은 9세에서 14세 사이의 소년 50여 명이 하얀 성가복을 입고 질서정연하게 무대에 올랐습니다. 첫 곡이 시작되자마자,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성당 전체에 울려 퍼졌고, 그 순간 관객 모두가 숨을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합창단의 대표곡인 ‘Salve Regina’와 ‘Virolai(비롤라이)’가 연이어 연주되었는데, 특히 ‘Virolai’는 카탈루냐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곡은 그 감동이 더욱 깊게 다가왔습니다.
공연은 약 9분 정도로 짧았지만, 소년들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고, 음악적 완성도와 순수함이 그대로 전해지며, 깊은 감동의 박수가 이어졌고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수도원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수도원 앞 광장에서 바라본 몬트라트 산의 절경,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만난 전망대에서는 수도원과 계곡, 멀리 바르셀로나까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수도원 앞 시장에서 전통 치즈와 꿀을 맛보고 기념품점에서 작은 성모상 모형을 구입했습니다.

9. 합창단의 일상과 교육
공연 후에 알게 된 점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소년합창단들은 단순히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원 내에서 일반 교육과 음악 교육을 함께 받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일반 교과를, 오후에는 음악 이론, 합창, 악기 연주 등을 배우며, 각자 피아노와 한 가지 악기를 필수로 익힌다고 합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 덕분에 합창단 출신들은 성악가, 연주자, 지휘자 등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합창단은 7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수도원의 미사와 기도회에서 매일 노래를 부르는 것이 주된 임무입니다. 전통적으로 라틴어, 카탈루냐어 등 다양한 언어로 성가를 부르며, 그 음악적 깊이와 전통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다고 합니다.
10. 독특한 바위상과 산책로, 산트 헤로니 봉우리 하이킹
몬트라트 산은 자연 그 자체가 거대한 예술품입니다. ‘톱니산’이라는 이름처럼 깎아지른 바위 봉우리와 기암괴석이 곳곳에 펼쳐져 있어, 산책과 하이킹을 즐기기에 최적입니다. 수도원에서 가까운 산트 미켈 십자가(Sant Miquel’s Cross)까지는 왕복 1시간 남짓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가벼운 트레킹으로도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도전하고 싶다면 산트 헤로니(Sant Jeroni) 봉우리까지의 하이킹 코스도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약 3시간(왕복) 소요되며, 정상에서는 카탈루냐 전역과 바르셀로나, 지중해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멋있게 펼쳐집니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지만,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으며 운동화와 충분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산타 코바(Santa Cova)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성모상이 발견된 동굴까지 이어지고 길목마다 카탈루냐 예술가들이 만든 종교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어 예술과 신앙, 자연이 어우러진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11. 마치며
몬트라트 수도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신앙, 예술적 감동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입니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의 경건함, 소년합창단의 천상의 목소리,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대자연의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찾는다면 꼭 하루 시간을 내어 몬트라트의 감동을 직접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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